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요즘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큰 문제로 손꼽힌다. 이상 기후니, 온도 상승이니 하는 이야기들은 둘째 치고라도 당장 체감으로 와 닿는 전기 요금을 따져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조금만 써도 누진이 크게 붙는 전기 요금은 이제 만만하지 않다. 가정마다 전기를 쓰는 제품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TV나 PC 등은 날로 전기 소비량이 만만치 않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PC는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게 되었고 몇 년 전만 해도 2~300W급이면 충분하던 것이 이제는 400W는 기본이고 그래픽카드, 하드디스크를 몇 개씩 꽂아 쓰는 이른바 파워 유저들은 1,000W가 넘는 전원 공급 장치는 새로울 것도 없다. 화면이 부쩍 커진 모니터와 합치면 컴퓨터 켜는 것이 살짝 부담스러워질 정도다.
최근 컴퓨터 업체들도 환경 문제에 팔을 걷어붙였다. 납이나 수은 등 환경을 해치는 재료를 쓰지 않는 RoHS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소비 전력을 낮추는 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텔 역시 펜티엄 4 시절 한창 작동 속도를 높이기 위해 무지막지하게 전기를 끌어 쓰다가 큰 코 다친 경험을 한 뒤로 내놓은 코어 2 듀오 시리즈는 시장을 크게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쿨러를 떼어내고도 작동할 만큼 열이 줄어 들었고 그만큼 적은 전기량으로도 좋은 성능을 냈다.
그 코어 2 듀오가 45nm 공정으로 다시 한번 뛰어 올랐다. 코드명 울프데일(wolfdale)로 이름 붙은 이 프로세서는 이미 시장에서 기존 제품의 자리를 빠르게 물려받고 있다. 새 공정으로 만든 CPU들은 기존 E4000과 E6000 시리즈와 함께 E8000 시리즈를 덧붙였다. 기사에서는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코어 2 듀오 E8500을 대상으로 성능이나 자세한 아키텍처에 대한 설명보다 새 공정이 PC 환경에 끼칠 영향을 살펴봤다.
45nm, 무엇을 바꿀까?
이미 펜린이나 울프데일은 잘 알려져 있는 대로 45nm 공정으로 생산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공정을 줄이는 것이 전력 소비량이나 발열을 낮추고 반도체 집적도를 높여 작동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45nm로 낮추는 데에는 하프늄 하이-k 메탈 게이트 트랜지스터가 큰 역할을 했다. 기존 실리콘 다이옥사이드 재료는 회로의 두께를 줄일수록 전력이 새는 문제가 있었다. 펜티엄 4가 90nm 공정의 프레스콧, 65nm의 시더밀 등을 거쳐 공정을 정밀화하면서도 열을 잡지 못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에 부딪친 것도 이것과 관계가 있다. 으레 새 CPU가 나오면 전력 소모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도 이때 절정에 다다랐다.

인텔이 새 방향으로 선택한 코어 마이크로 아키텍처는 작동 속도가 높지 않아도 좋은 성능을 냈기 때문에 65nm 공정에서 에너지 효율과 성능을 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45nm로 넘어오면서 다시금 3GHz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한계를 뛰어 넘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이용한 것이 하프늄 하이-K 메탈게이트 트랜지스터다. 이것은 절연체가 두꺼워 전력이 새는 것을 막아주어 그동안 어려움을 겪던 회로 정밀화를 안정적으로 앞당겼다. 기존 실리콘 다이옥사이드 공정에 비해 새어 나가는 에너지가 1/10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준비 중인 32nm 공정 역시 이 기술로 어렵지 않게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45nm 공정과, 열, 성능 등을 두루 사로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기존 제품도 열이 심한 편은 아니지만 새 CPU들은 열이 줄었고 같은 전기를 쓰면서도 성능은 크게 향상됐다. 열은 물론이고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전력 대 성능비가 좋아졌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차세대 플랫폼의 주춧돌 자격 충분
기존 세대 코어 2 듀오에 비해 TDP가 낮아진 것은 아니다. 공정을 줄이면서 여유가 생긴 공간에 두 배 가량 높은 반도체를 집적했다. 이 공간 덕에 캐시 메모리의 자리가 늘어났다. L2 캐시메모리가 6MB, 익스트림 제품들은 12MB로 지난 세대 제품보다 크게 늘어났다. 또한 작동 속도가 높아져 3GHz를 별 무리 없이 넘겼고 발열이나 소비 전력도 만족스럽다. 이는 오버클럭킹을 원하는 이용자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실제 코어 2 듀오 E8200, E8500 등은 굉장히 높은 오버클럭킹 폭을 보여주기도 한다.

공정이 세밀해짐에 따라 다이 크기가 줄어드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번에도 45nm 공정 덕에 절반 가까이 크기가 줄어들었다. 인텔은 조만간 다이 하나에 4개의 코어를 심는 네이티브 쿼드 코어 CPU를 생산할 계획이고, 장기적으로 8개, 16개 등으로 점차 코어의 개수를 늘려 나간다. 코어 하나의 크기가 작아지는 만큼 한 개의 CPU 패키지 안에 더 많은 코어를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PC 성능을 높이는 데 문제가 없을 듯하다. 네이티브 쿼드 코어 프로세서를 내놓은 뒤에는 지금의 코어 2 쿼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것을 두 개 합쳐 8개의 코어를 가진 CPU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게다.

45nm 공정은 이번 신제품에도 도움을 주지만 궁극적으로 다음 세대 아키텍처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텔은 올해 대부분의 제품을 45nm 공정으로 바꾸고 새 공정이 자리를 잡는 대로 코드명 네할렘으로 알려진 새 아키텍처 설계를 한 CPU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 때는 메인보드 플랫플부터 많은 부분이 바뀔 것이지만 45nm 공정이 주요한 기술들을 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코어 2 듀오 E8500은?
45nm 공정의 주인공이 될 코어 2 듀오 E8000 시리즈는 기술적으로는 기존 코어 2 듀오를 대부분 물려받았고 몇 가지 재주를 덧붙였다. 인텔의 발표를 간단히 살펴 보면 와이드 다이내믹 익스큐션 기술로 개별 코어가 4개의 명령어를 동시에 처리하고 스마트 메모리 액세스 기술이 메모리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 파이프라인에 대기하는 데이터들을 최고치로 채워 CPU가 일을 두고 노는 일이 없도록 했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캐시는 공통의 캐시 메모리를 각각의 코어가 필요한 만큼 나누어 쓸 수 있도록 한다. 코어 하나가 6MB의 L2 캐시 메모리를 모두 끌어 쓸 수도 있다. 가상화 기술도 빠지지 않았고 바이러스와 해킹 공격을 보호하는 트러스티드 익스큐션 테크놀로지도 자랑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성능면에서 크게 느낄만한 것으로는 SSE4를 들 수 있다. 인텔이 코드명 콘로의 코어 2 듀오 프로세서를 발표할 때도 비슷한 내용을 설명했지만 공식적으로는 처음 들어가는 명령어 세트다. 여기에는 새로운 명령어 세트 뿐 아니라 기존 SSE 명령어들을 빠르게 처리하는 슈퍼 셔플 엔진을 넣어 동영상, 이미지 등을 다룰 때 더 큰 효과를 맛 볼 수 있다.
그동안 노트북을 통해서 쌓아 온 전력 관리 기술이 최근 등장하는 전력 관리 메인보드들과 결합해 노력의 결과를 얻고 있다. 인텔리전트 파워 케이퍼빌러티(intelligent power capability) 기술이라고 이름 붙인 전력 관리 방법으로 CPU 회로와 캐시 메모리 내부의 쓰지 않는 부분은 전원을 차단한다.
쾌적한 PC 환경에 기대
물론 노트북 수준으로 낮은 전력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테스트한 시스템에서 전력 사용량을 측정했더니 대기 상태에서 90W, 일반 작업에서 110W 정도를 넘나들었다(지포스 8800GT가 장착된 상태에서 측정). 3D 게임을 했을 때는 그래픽카드 때문에 크게 높아졌지만 동영상 재생, 오피스 작업, 웹 서핑 등을 할 때는 PC 전체가 약 100W 수준으로 생각보다 낮은 수준이다.

고급 자동차나 스포츠카들은 멋진 배기음을 내기 위해 전문 음향 기술자가 엔진의 소리를 손본다. 소음을 아주 없앨 수 없다면 더 멋드러진 소리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울프데일 프로세서들은 디지털 열 감지 센서를 프로세서 안에 넣어 실시간으로 CPU의 정확한 온도를 재고, 인텔 익스프레스 메인보드를 통해 팬의 회전 속도를 정밀하게 컨트롤한다. 실제로 열이 적게 나는 편이어서 기본 쿨러로도 충분이 열을 식혀주는 것은 물론이고 소음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단순하게 보자면 팬 속도를 제어하는 것일 뿐이지만 인텔이 이것을 음향 효과라고 자랑하는 것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성능만 놓고 보자면 당장 비슷한 작동 속도의 기존 코어 2 듀오를 울프데일로 바꿀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같은 전력으로 더 높은 성능의 프로세서를 만들 수 있고, 성능 외에도 좀 더 쾌적한 PC 환경을 누리기에 45nm 공정 새 코어 2 듀오의 매력은 쉽게 떨쳐내기 어려울 것이다.
다나와 최호섭 기자 notebook@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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